이국종 사퇴의사

세상돋보기|2020. 1. 20. 12:20

이국종 교수 사퇴의사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아주대병원과 갈등을 빚어 온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국종 센터장은 "다음 달 병원 복귀와 동시에 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 앞으로 외상센터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교수로 조용히 지낼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사퇴에는 최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욕설 파문 등 병원 고위층과의 갈등이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지난 13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센터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의료계 안팎에 파문이 일었다. 이국종 센터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지며 유희석 의료원장은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고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은 상태다.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 운영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욕설 논란' 등 개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봐달라고 했다. 의료원장은 병상을 고의로 주지 않거나, 협조 잘 해줬다고 거짓말, 주민들의 이해가 있음에도 헬기 소음 민원이 심하다는 이유를 들먹이거나 상급종합병원 심사에서 떨어지는 문제도 외상센터 때문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국종 교수는 "나는 처음부터 아주대가 외상센터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아주대 자원으로는 힘들 거다고 봤다. 아주대 구성원의 합의가 전혀 안 됐다. 그런데도 힘들게 이끌고 왔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병원장과 그 주변이 다 반대하는데 어떻게 끌고 가겠느냐"며 "복지부에서도 문제없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국종 교수는 "다른 일을 찾던가, 평교수로 남든지"라며 "보직을 다 내려놓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헬기 타라고 사람들 끌고 나가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켰지만, 며칠 만에 보직 사퇴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새로운 게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고민해온 것이다. 복지부가 '이상 없다'고 뒤통수칠 게 아니라, 병원과 코드 맞는 사람이 복지부와 끌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간 자신과 함께해온 외상센터 의료진에 대한 미안함도 표했다.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 간호사들과 교수들에게도 조금만 더 하면 정부 지원 오니까 참아라, 참으라 하면서 끌고 왔다. 그런데 사실은 간신히 중환자실 간호사만 조금 늘렸다"고 했다.  




"병동, 수술실, 마취과, 비행 나가는 간호사도 더 필요한데 (증원 요청이) 다 잘렸다. 다른 간호사들이 서운해 할 터라 다독거리면서도 미안했다. 제 목을 걸고서라도 해결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 간호사들이 손가락도 부러지는 등 그동안 많이 다쳤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상센터 내에서만 환자 보고, (병원) 본관에 병실 요청을 안 하면 센터 상황도 좋아질 것이다. (의료진) 근무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국종 센터장은 한 달간 명예 중령 자격으로 해군 해상훈련에 참여한 후 이달 15일 귀국을 했고, 다음달 1일 출근 예정이다.




외상센터 의료인인 정경원 교수는 "헬기를 탈 때 '죽어도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탄다"며 "이렇게 뼈를 갈아서 외상센터를 유지해왔는데,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부인들도, 동문들도, 의료인들 사이에서 '이국종이 원인을 제공했겠지' '의도가 있어서 끌고 간다'는 얘기가 나와서 (이 교수님이) 실망하고 힘들어한다.


의료원장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외상센터 전반 운영에 대한 재단(대우학원) 등에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그동안 반복해서 해왔다. 그런데도 자꾸 왜곡하려고 하고, 병원이 완전하게 파악해서 대처하지 않고, 자꾸 면피하려고 한다.


의료원이나 재단 차원에서 (의료원장) 사임 정도로 마무리하려 하는 분위기다. 그러고는 이국종-의료원장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포장)될 거다. 그게 아니다. 이국종 교수는 '제대로 운영하려면 하고, 안 그러면...' 이런 입장이다. 병원에서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완전히 인정하고 큰 변혁을 제안하지 않으면 (이국종 교수가) 끝까지 갈 거라고 얘기한다.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해 환자를 이송하는 게 중단된 건 맞다. 탑승할 인력이 없다. 헬기를 운용할 여건이 안 돼 있다. 


닥터헬기 운항(지난해 9월께)을 시작할 때 의사 5명, 간호사 8명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당국이 의사 1명, 간호사 5명으로 잘랐고,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병원 측이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겨울에 병원 옥상에 헬기가 이착륙하려면 열선이 깔려야 한다.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안 됐다. 안전과 직결된다. 지상은 위험하다. 옥상 헬기장 아래층에 구조대원·기장·운항관리사 등이 대기할 공간을 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 본관의 병실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12월부터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은 거다.라고 말했다.


목숨을 거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의료진들이 본분을 다하기 위해 애쓴 외상센터 임직원들의 고충을 국민들은 응원하고 존경해마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의사 이국종 교수의 고충을 하루 빨리 아주대 재단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기를 국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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