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파더스 사이트 무죄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온라인 웹 사이트 '배드 파더스 사이트' 관계자의 국민 참여 재판이 어제 1월 14일 열렸습니다.
16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내역을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으며,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배드파더스 관계자 구본창 씨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 훼손)사건, 국민 참여 재판에서 구본창 씨 측은 양육비 체불이 만연한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구본창 씨 측은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한부모 가정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아동의 생존권 보호 때문이었다"며 "양육비를 내지 않는 자의 명예보다 아동의 생존을 우선한 것이 처벌되는 것이냐"고 변론했습니다.
게다가 양육비 지급의 미이행률이 80%에 육박한다고 지적하고 이런 이면에는 현행 법상 강제 조치 및 미지급에 대한 제재가 약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며 배드파더스 활동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습니다.
구 씨 측은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400여건의 양육비 미지급 제보를 받고 지금까지 113건을 해결했다. "이후는 시민 단체의 양육비 해결 연합회가 결성되고 양육비 체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관련 법률 개정안이 10건이나 발의하는 사회적인 성과를 이루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사인에 대해 법에 정해진 절차가 아닌 배드파더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개인정보를 심하게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양측의 의견 및 배심원 평의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구본창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회 전반에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육비 미지급으로 위기에 몰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다수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해 해결책 마련이 강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피해자들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양육비 체불로 인해 고통받는 부모가 다수 있다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진하는 목적이 있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바라보는 요즘 사회적 분위기는 과거보다 크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소득이 줄었다며 양육비를 줄여달라는 청구에 대해서 "부모의 사정 변화 때문에 자녀의 복리를 담보한 양육비를 함부로 줄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단하고 1심과 2심을 뒤짚는 판결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같은 해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린 감치 명령 집행기간을 종전의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가사소송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법원 외에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본창 씨 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배드 파더스 사이트의 폐쇄 요청을 받았으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거부결정을 내린 사례와 서울서부지검이 배드 파더스 사건을 다룬 끝에 자녀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불기소 처분한 사실 등을 들어 변론을 해왔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은 양육비, 한부모 가정, 아동의 생존권 등을 바라보는 최근의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란?
'배드 파더스'는 단어만 보면 '나쁜 아빠들'을 뜻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 받는 아빠들을 위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엄마들'도 똑같이 제보를 받아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코피노 아빠들에 대한 신상도 공개합니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가 운영된 지 1년 6개월 가량 지난 현재 벌써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낸 것만 113명에 달합니다. 그만큼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는 오로지 제보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잘못된 정보가 게재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구본창 대표는 "신상 공개는 무조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최종 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한다. 동시에 공증 합의서와 양육비 합의서 등도 참고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개설한 초기부터 구본창 대표는 계속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번에 무죄 판결이 난 사건도 2018년 9월부터 10월 사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한 것입니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 대해 상담심리 전문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이걸(양육비 지급 촉구활동을) 지금 민간 차원에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며 “OECD 국가 36개국 중에 오직 한국만 양육비 지급 이행에 관련된 법률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양육비이행관리원’이란 곳이 2015년부터 시작됐고 관련 소송도 돕고 양육비 이행 과정도 돕고 있지만 이것도 권고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한 법적 논의가 좀 더 강력하게 진행돼야 하고 이런 거이야말로 국민청원에 올라와야 하고 국가가 답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양육비 미지급시 전 배우자의 재산이나 월급을 가압류하고 법원에 과태료를 신청하는 등 현재 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있으나, 시일이 오래 소요되고 전 배우자가 회피하는 경우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 무죄#배드 파더스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