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세상돋보기|2020. 1. 6. 04:57

이상문학상 사태

김금희, 최은영 작가가 대표적인 문학상들을 거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금희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다. 이상문학상 저작권을 일정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대한 반발의 의미다.


김금희 작가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금희(40·왼쪽)와 최은영(35·오른쪽)이 국내 대표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이상문학상


김금희 작가는 4일 SNS에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작품을 수록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서를 받아 확인하고는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작권을 해당 출판사에 3년간 '양도'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상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한 김금희 소설가는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을 써 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을 받고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 작가도 우수상을 반납했다. 최은영 작가는 "제가 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 우수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서 "저를 포함한 작가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우수상을 받지 않겠다"고 문학사상사 측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은영 작가


작가들은 문학사상사의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윤이형 작가가 트위터에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절필을 알려 문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윤이형 작가는 전날 서울신문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 작품이 누군가를 착취하고 이득을 얻는 것 같아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며 절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문학사상사 대표를 향해 공식 입장 표명과 사과, 운영 개선 등을 요구했다.


김금희, 최은영 작가


1977년 도서출판 문학사상사에서 이상문학상을 제정했다. 대상작과 대상 후보작인 우수상 작품은 매년 모아서 1월 수상 작품집을 발행한다. 이상문학상에서 수상자가 스스로 상을 반납한 건 매우 드문 경우이다.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의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이 조항은 직원 실수로 우수상 수상작에도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며 작가들의 공분을 샀다.


김금희 작가


김금희 작가는 본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저작권자는 작가여야 하는데 대상도 아닌 대상 후보작의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상을 준다는 건 작품에 대한 격려인데 권리를 빼앗은 다음 격려하는 것은 진정한 격려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금희 작가는 "주최 측에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금희 작가는 이 같은 행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김금희 작가가 올린 글에는 "작가님의 결정을 지지한다"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상문학상

이상문학상 작품집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인들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는 곳이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다.



그런데 지난 2000년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제대로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일부 작가들은 작품을 무단 게재했다고 주장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시 작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동료 작가들도 김금희 작가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또 다른 작가는 "우수상뿐 아니라 대상 수상작이라도 저작권을 가져가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세상에 작가를 널리 알리는 문학상의 본래 취지를 지켜달라"고 했다.


이상문학상 측은 "여러 출판사에서 수상작이라고 홍보하며 동시에 책이 출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수상 후 1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도록 해왔고 작가의 저작권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상문학상 측은 또한 "오랜 관행대로 진행하다 보니 계약서상의 표현이 오해를 일으켰던 것 같다"면서 "젊은 작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계약서를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이상문학상가 수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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